
안녕하세요, Dr. J입니다.
거울을 보면 피부가 예전보다 칙칙하고, 만지면 거칠고, 화장이 잘 안 먹는다는 느낌이 드시나요?
그건 나이 탓만이 아니라, 각질이 제때 떨어지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은 각질 관리의 기준이 되는 성분, 글리콜산(글라이콜릭애씨드, AHA의 대표)을
논문 두 편과 국내외 안전 기준을 근거로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1. 왜 나이가 들면 피부가 칙칙해질까요?
피부 맨 바깥층인 각질은 원래 약 4주마다 새것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이 교체 속도가 느려져 묵은 각질이 오래 쌓입니다.
· 빛을 고르게 반사하지 못해 피부가 칙칙해 보이고
· 표면이 울퉁불퉁해져 화장이 뜨고
· 그 위에 바르는 세럼·크림이 잘 흡수되지 않습니다.
글리콜산은 이 묵은 각질끼리 붙어 있는 접착 부분을 느슨하게 풀어서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합니다.
AHA 성분 중 분자가 가장 작아 피부에 잘 스며들고, 그래서 효과도 가장 잘 연구되어 있습니다.

2. 논문은 무엇을 확인했을까요?
글리콜산이 “각질만 벗겨내는 성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연구 두 편입니다.
햇빛에 손상된 피부에 AHA(글리콜산 등) 로션을 약 6개월 바르게 한 뒤 조직검사를 했습니다.
· 피부 두께가 약 25% 증가 (얇아진 표피가 다시 두꺼워짐)
· 진피의 콜라겐 밀도 증가, 탄력섬유 상태 개선
· 염증 반응은 나타나지 않음
출처: Ditre CM 외,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1996;34:187-195.
20% 글리콜산 로션을 하루 2회, 3개월 팔 안쪽에 바르게 하고 반대쪽(성분 없는 로션)과 비교했습니다.
· 콜라겐을 만드는 유전자 활동 증가
· 피부 속 히알루론산(수분 저장 성분) 증가
→ 글리콜산은 각질을 정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진피에 “새로 만들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출처: Bernstein EF 외, Dermatologic Surgery, 2001;27:429-433.
위 논문의 20~25%는 피부과 관리 수준의 고농도입니다. 집에서 매일 쓰는 화장품은 훨씬 낮은 농도로 만들어지며, 그래야 안전합니다. 효과의 방향을 보여주는 근거이지, 그 농도를 따라 쓰라는 뜻이 아닙니다.
3. 그럼 집에서는 어느 정도가 안전할까요?
다행히 이건 기준이 명확합니다. 미국과 한국 모두 같은 숫자를 씁니다.
미국 화장품 성분 검토위원회(CIR)가 “소비자가 스스로 써도 안전하다”고 정한 조건입니다.
③ 한국 기준
화장품법 시행규칙은 AHA가 10%를 넘거나 pH가 3.5 미만인 제품에 “전문의 등과 상담할 것”이라는 주의 문구를 표시하게 합니다. 또 AHA 제품(0.5% 초과)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함께 사용할 것” 문구가 필수입니다.
제조자 입장에서 한 가지 덧붙이면, 같은 5%라도 pH가 낮을수록 강하게 작용합니다. 산도가 낮을수록 실제로 “일하는” 글리콜산의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농도만 보고 순한지 판단하면 안 되고, 처음에는 따끔함이 30초 안에 사라지는 제품인지를 기준으로 삼으시는 게 안전합니다.
4. 고를 때 이 3가지만 확인하세요
✔ 농도 5~8%로 시작 — 처음이면 5%, 익숙해지면 8~10%까지
✔ 진정 성분이 함께 들어 있는지 — 판테놀, 알란토인, 마데카소사이드 같은 이름이 있으면 자극이 덜합니다
5. 이렇게 쓰세요
· 저녁에, 세안 후 물기를 닦고 토너 단계에서 사용
· 처음 2주는 주 2회, 괜찮으면 주 3회까지 — 매일은 권하지 않습니다
· 비타민C·레티놀과 같은 날 쓰지 마세요 — 자극이 겹칩니다 (예: 월·목 글리콜산, 나머지 날 비타민C)
· 다음 날 아침 자외선차단제는 필수 — 각질이 얇아져 햇빛에 더 민감해집니다
· 바른 뒤 붉은 기가 하루 이상 가면 중단하고 보습에 집중하세요
· 피부가 얇고 민감하다면 글리콜산 대신 젖산(락틱애씨드)이나 PHA가 더 순한 선택입니다
글리콜산은 묵은 각질을 정리하고 진피에 “새로 만들어라”는 신호까지 보내는, 근거가 탄탄한 성분입니다.
단, 집에서는 10% 이하 · pH 3.5 이상 · 주 2~3회 · 다음 날 자외선차단제 — 이 네 가지를 지켜야 합니다.
지난 글 비타민C와 이번 글 글리콜산은 같은 날 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두 성분을 한 주에 어떻게 나눠 쓰는지, 다음 글에서 “성분 요일표”로 정리해 드릴게요.
궁금한 성분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논문을 찾아 쉽게 풀어 드립니다.
— Dr. J (수의학 석사 · 바이오 계열 이학박사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출신 · 화장품 제조회사 대표)
1. Ditre CM, Griffin TD, Murphy GF, et al. Effects of alpha-hydroxy acids on photoaged skin: a pilot clinical, histologic, and ultrastructural study. J Am Acad Dermatol. 1996;34(2):187-195.
2. Bernstein EF, Lee J, Brown DB, Yu R, Van Scott E. Glycolic acid treatment increases type I collagen mRNA and hyaluronic acid content of human skin. Dermatol Surg. 2001;27(5):429-433.
3. U.S. FDA, Alpha Hydroxy Acids (CIR 안전성 결론: 농도 10% 이하, pH 3.5 이상).
4. 화장품법 시행규칙 [별표 3] 화장품 유형과 사용 시의 주의사항 — 알파-하이드록시애시드 함유 제품.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피부 상태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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