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Dr. J입니다.
선크림을 살 때 앞면은 다들 보시죠. SPF 숫자, 촉촉하다는 말, 예쁜 병.
뒷면은 어떠세요? 작은 글씨가 빽빽해서 잘 안 보게 되는데, 이번 주부터 그 뒷면에 새 문구 한 줄이 등장했어요.

“용법·용량에 따른 부위에만 사용하고 전신에 사용하지 말 것”
선크림에 “몸에 바르지 말라”고 쓰여 있으면 누구라도 한 번 멈칫하게 돼요. 저는 화장품을 만드는 사람이라 이 고시가 나올 때 우리 제품 성분표를 다시 펼쳐 봤는데, 그러면서 “이건 소비자분들이 오해하기 쉬운 문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세 가지만 편하게 풀어 드릴게요. 어떤 성분 이야기인지, 왜 이런 문구가 붙는지, 내 선크림은 어떻게 확인하는지.
바쁘신 분은 이 세 줄만
✔ 금지가 아니에요. 얼굴용으로는 그대로 쓰셔도 됩니다
✔ 내 선크림 뒷면에서 “벤조페논-3” 글자만 찾아보세요. 없으면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1. 옥시벤존이 뭔가요?
선크림이 자외선을 막는 방법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거울처럼 튕겨내는 방식(징크옥사이드·티타늄디옥사이드 같은 성분), 하나는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열로 바꾸는 방식이에요.
옥시벤존(성분표 이름은 벤조페논-3)은 두 번째, 스펀지 쪽입니다. 1980년대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인 선크림 성분 중 하나로, 발림이 좋고 하얗게 뜨지 않아 오랫동안 “기본 재료”였어요.
그런데 지난 10여 년 사이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 바르면 피부를 통해 몸 안으로 조금 흡수되는데, 호르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아직 “가능성” 단계)
· 바다에 씻겨 나가면 산호에 좋지 않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쓰지 말자”가 아니라 “많이, 넓게는 바르지 말자”는 방향으로 정리하고 있고, 우리 식약처도 이번에 그 문구를 라벨에 쓰게 한 거예요.
2. 왜 얼굴은 되고 몸은 안 되나요?
답은 바르는 넓이예요. 얼굴은 손바닥 두 개 크기지만, 팔·다리·등까지 바르면 이불 한 장 크기입니다. 같은 농도라도 몸에 들어가는 양이 몇 배로 늘어나요. 그래서 규정도 부위별로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 몸에 바르는 제품: 2.4%까지
· 그래서 2.4%를 넘는 제품에는 “전신에 사용하지 말 것” = “이건 얼굴용이에요”라는 표시가 붙습니다
즉 얼굴용 선크림에 옥시벤존이 3~5% 들어 있어도 규정 안이고, 그 제품을 팔다리까지 쭉 바르지만 말라는 뜻이에요. 바뀐 것은 문구이고, 허용량 자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3. 내 선크림, 30초 확인법

2단계. 없으면 끝이에요. 이 글은 잊으셔도 됩니다
3단계. 있으면 → “전신에 사용하지 말 것” 문구가 있는지 봅니다. 있으면 얼굴용으로만, 몸에는 다른 제품을
제조 현장에서 보면 요즘 나오는 국내 선크림은 옥시벤존을 안 쓰는 제품이 훨씬 많아요. 2단계에서 끝나는 분이 대부분일 거예요.
한 가지 참고로, 예전 포장을 내년 3월까지 써도 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문구가 없어도 옥시벤존이 든 제품이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문구보다 성분표 글자를 보시라는 겁니다.
피부가 예민하시거나 손주와 같이 쓰는 제품이라면, 처음부터 “징크옥사이드”, “티타늄디옥사이드”가 앞에 적힌 제품(튕겨내는 방식)을 고르시면 마음이 편합니다. 예전엔 하얗게 떠서 싫어하셨을 텐데, 요즘은 많이 좋아졌어요.
4. 그래도 선크림은 매일이에요
이런 글을 읽으면 “그럼 안 바르는 게 낫나” 하시는 분이 꼭 계세요. 반대예요. 50대 이후 피부가 늙는 가장 큰 이유가 자외선이고, 앞서 소개한 비타민C나 글리콜산도 선크림이 없으면 효과가 반으로 줄어요. 성분을 골라서 쓰되, 매일 쓰셔야 합니다.
· 얼굴에 500원 동전 크기, 나가기 20~30분 전
· 오래 나가 있으면 2~3시간마다 한 번 더
· 목·귀·손등도 꼭 — 나이가 먼저 보이는 곳이 여기예요
· 흐린 날도, 창가에 앉아 있을 때도 자외선은 들어옵니다
5. 조금 더 알고 싶은 분을 위해
여기부터는 궁금하신 분만 보셔도 돼요. 이번 조치의 정확한 내용입니다.
“벤조페논-3(옥시벤존) 함유 제품(2.4퍼센트 이하의 벤조페논-3가 함유된 제품은 제외한다) — 용법·용량에 따른 부위에만 사용하고 전신에 사용하지 말 것”
시행 2026년 9월 2일 · 예전 포장은 시행일부터 6개월까지 사용 가능
| 제품 용도 | 한국 한도 | 영국·EU 한도 |
|---|---|---|
| 얼굴 · 손 · 입술용 | 5% | 6% |
| 몸에 바르는 제품 | 2.4% | 2.2% |
유럽도 같은 구조로 관리하고 있고, 얼굴 기준은 한국이 조금 더 엄격해요. 규정을 만드는 쪽도 “옥시벤존을 없애자”가 아니라 “쓰는 양과 부위를 정하자”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뜻입니다.
선크림 뒷면에서 “벤조페논-3” 한 단어만 찾아보세요.
없으면 그대로 쓰시고, 있으면 얼굴에만. 그리고 어느 쪽이든 매일 바르시면 됩니다.
▶ 지난 글: 비타민C 세럼, 아무거나 사면 안 되는 이유 (여기에 1호 글 링크)
▶ 지난 글: 피부가 칙칙하고 거칠어졌다면, 글리콜산(AHA) (여기에 2호 글 링크)
다음 글은 요즘 광고에 제일 많이 나오는 PDRN(연어 DNA)이에요. 바르는 것과 병원에서 맞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광고에서 어떤 말을 걸러야 하는지 정리해 볼게요.
궁금한 성분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어렵지 않게 풀어 드릴게요.
— Dr. J (수의학 석사 · 바이오 계열 이학박사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출신 · 화장품 제조회사 대표)
1.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 사용할 때의 주의사항 및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 고시 (벤조페논-3 항목 2026.9.2 시행)
2. 코스인코리아 “자외선 차단제 성분 ‘벤조페논-3’ ‘전신에 사용하지 말 것’ 주의사항, 9월 2일부터 시행” (2026.8.6)
3. CNC News “자외선 차단제 성분 ‘벤조페논-3’ 주의사항 표시 의무화” (2026.8)
4. 코스인코리아 [자외선차단제 이슈] “영국 옥시벤존 농도 상한 설정” (2026) — 영국·EU 한도 비교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피부 상태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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