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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r. J입니다.
올여름 화장품 매대에서 가장 많이 보인 단어를 꼽으면 “PDRN”일 거예요. 연어 DNA, 리쥬란 크림, 홈 스킨부스터… 이름은 달라도 다 같은 성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지난 7월, 이 성분을 둘러싼 숫자 하나가 국회에서 나왔어요.
2년 반 만에 6배가 됐고, 4년 누적 106건 중 81건(76%)은 “의약품처럼” 광고한 경우였습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게, 성분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PDRN은 원래 좋은 성분입니다. 다만 이름값이 워낙 크다 보니 광고가 성분보다 한참 앞서 달려 나간 거예요.
그래서 오늘은 화장품을 직접 만드는 사람의 눈으로 세 가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PDRN이 어떤 성분인지, 병원 주사와 크림이 왜 다른지, 광고에서 어떤 말을 걸러야 하는지.
바쁘신 분은 이 세 줄만
✔ 주사는 피부 속에 넣고, 크림은 피부 표면에 머물러요. 이름이 같아도 기대할 효과가 다릅니다
✔ 크림에는 보습·진정까지 기대하시고, 광고에 “재생”이라는 말이 보이면 한 번 걸러 보세요
1. PDRN, 이름은 어렵지만 뜻은 간단합니다
PDRN은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의 줄임말이에요. 풀어 쓰면 “DNA를 잘게 자른 조각”이라는 뜻입니다.
이 DNA는 연어나 송어 수컷의 생식세포에서 뽑아요. 사람 DNA와 구조가 비슷해서 몸이 낯설어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고, 그래서 “연어 DNA”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중요한 건 이 성분의 출신이에요. PDRN은 화장품이 아니라 약으로 태어났습니다. 이탈리아에서 1950년대부터 상처 치료 주사약으로 쓰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상처 치료용 주사와 크림이 의약품으로 허가돼 있어요. 약국에서 파는 PDRN 크림이 바로 그것으로, “상처·영양 보급”이 적응증인 일반의약품입니다.
피부과에서 맞는 “연어 주사”(리쥬란 등)는 PDRN의 사촌 격인 PN이라는 성분을 의료기기로 허가받아 피부 속에 직접 넣는 시술이에요.
PDRN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약” → “피부과 시술” 순서로 유명해진 성분이고, 화장품은 그 인기를 타고 가장 나중에 들어온 쪽입니다. 광고가 자꾸 “약처럼” 흘러가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2. 어떤 광고가 걸렸을까

식약처가 국회(서영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PDRN 화장품 광고 적발은 2023년 7건, 2024년 19건, 2025년 39건, 그리고 2026년은 상반기 6개월 동안만 41건입니다. 4년 누적 106건 가운데 81건이 “의약품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광고”였고, 행정처분(광고 업무 정지 3~4개월)은 11건이었어요.
실제로 걸린 표현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 “멜라닌 제거” — 미백 기능성 인증이 없는 제품이
· “엑소좀과 PDRN의 시너지로 재생·탄력”
· 피부 깊숙이 진피까지 들어간다는 식의 설명
화장품은 법으로 “재생”, “치료” 같은 말을 쓸 수 없어요. 그런 표현은 약이나 의료기기만 쓸 수 있고, “미백” 같은 기능도 기능성 인증을 받은 제품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PDRN은 이름부터가 주사약 이름이라, 그 이름을 크림에 붙이는 순간 광고가 자연스럽게 “약처럼” 흘러가 버려요. 국회에서도 “성분 이름 자체가 소비자에게 약 수준의 효과를 기대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화장품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PDRN은 원료 값이 비싸고 실제로 들어가는 양은 적은데 이름값이 아주 큰 성분이에요. 그래서 광고 욕심이 나기 쉬운 성분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분들이 문구 몇 개만 알고 계시면 그 욕심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어요. 그건 4번에서 정리해 드릴게요.
3. 주사와 크림은 도착하는 곳이 다릅니다 (오늘의 핵심)

피부는 몸을 지키는 벽이라서, 바르는 성분이 안으로 들어가려면 아주 작아야 해요. 피부과학에서 오래 쓰는 기준이 “500달톤 법칙”입니다. 분자 크기가 500달톤(분자의 무게 단위)보다 크면 정상 피부를 스스로 통과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히알루론산이 피부 표면에 머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PDRN은 크기가 5만~150만 달톤이에요. 문보다 100배에서 수천 배 큰 분자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주사로 피부 속(진피)에 직접 넣는 거예요. 주사 시술의 효과 연구가 여럿 있는 것도, 성분이 실제로 일할 자리에 도착하기 때문입니다.
| 병원 주사 (리쥬란 등) | 바르는 크림·앰플 | |
|---|---|---|
| 허가 종류 | 의료기기 · 의약품 | 화장품 |
| 성분이 가는 곳 | 피부 속 (진피) | 피부 표면 |
| 기대할 효과 | 피부결·탄력 개선 (연구 여러 편) | 보습·진정 (그 이상은 근거가 아직 얇음) |
| 쓸 수 있는 말 | “재생”, “치료” | “보습”, “피부결 정돈” |
그럼 크림은 소용이 없느냐, 그건 아니에요. DNA는 물을 잘 붙잡는 큼직한 분자라서 피부 표면에서 수분을 잡아 주고 얇은 막을 만들어 촉촉하고 매끈한 느낌을 줍니다. 히알루론산이 하는 일과 비슷한 쪽이에요. 여기까지는 기대하셔도 됩니다.
4. 이 말이 보이면 한 번 멈추세요
사기 전 광고 문구에서 아래 말이 보이면, 제품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규정을 넘어선 광고라는 신호예요. 규정을 모르거나 알고도 쓰는 회사라는 뜻이니 한 번 더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 “리쥬란 크림”, “홈 리쥬란”, “주사 대신” — 시술 이름을 빌린 표현
· “콜라겐 생성 ○○% 증가”, “진피까지 흡수” — 크림이 증명하기 어려운 말
· “멜라닌 제거”, “주름 치료” — 기능성 인증 없이 쓰면 안 되는 말
반대로 “보습”, “피부결 정돈”, “피부 진정”처럼 차분하게 말하는 제품이 오히려 규정을 아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아요. 광고가 조용한 제품이 실속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PDRN 크림은 “연어 주사”가 아니라 “촉촉한 크림”이에요.
촉촉함과 진정까지는 기대하시고, 광고에 “재생”이 있으면 한 번 멈추세요. 그 두 가지면 충분합니다.
▶ 지난 글: 선크림 옥시벤존(벤조페논-3), 9월 2일부터 “전신에 사용하지 말 것”
▶ 지난 글: 피부가 칙칙하고 거칠어졌다면, 글리콜산(AHA)
▶ 지난 글: 비타민C 세럼, 아무거나 사면 안 되는 이유
▶ 이 글의 영어판: PDRN (Salmon DNA) Skincare: What a Korean Bio PhD Wants You to Know
다음 글은 이 글의 2부, “그럼 PDRN 크림은 어떤 걸 사야 하나요?”예요. 분자 크기·함량·원료 출처·제형까지, 사기 전에 볼 다섯 가지를 논문과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궁금한 성분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어렵지 않게 풀어 드릴게요.
— Dr. J (수의학 석사 · 바이오 계열 이학박사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출신 · 화장품 제조회사 대표)
1. 약사공론·의학신문·헬스경향 “PDRN 화장품 허위·과장광고 2년 반 새 6배 급증” (2026.7.9) — 식약처 제출 자료(서영석 의원실): 2023년 7건, 2024년 19건, 2025년 39건, 2026년 상반기 41건, 누적 106건 중 의약품 오인 81건(76.4%), 행정처분 11건
2. Bos JD, Meinardi MM. “The 500 Dalton rule for the skin penetration of chemical compounds and drugs.” Experimental Dermatology 2000;9:165-169
3. Squadrito F et al. “Pharmacological Activity and Clinical Use of PDRN.” Frontiers in Pharmacology 2017;8:224 — PDRN 분자량 50~1,500kDa, 연어·송어 유래
4. Ye R et al. PLOS ONE 2026;21(7):e0350905 — 바르는 PDRN(0.1%) 31명 반쪽 얼굴 시험 (화장품 회사 연구팀)
5. 약학정보원 의약품 정보 — 리쥬비넥스크림(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나트륨 0.8mg/g, 일반의약품, 효능: 상처·영양보급); 히트뉴스 “‘연어’를 사랑하는 제약회사들… PDRN·PN은 블루오션?” (2020.7.23)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피부 상태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특정 제품이나 시술을 추천하거나 비판하는 글이 아닙니다.
